타지에서 여자친구와 작은 개인 카페를 오픈했다 (2)

 

자영업 경험이 전무한 우리는 그렇게 카페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카페에 있어 꼭 있어야하는 커피머신, 냉장고, 디스펜서, 제빙기 등은 중고주방기기들을 취급하는 곳에서 상태가 좋은 물건들로 구매했다.
주방용품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되어가자 설레기도하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카페를 운영하려면 커피머신을 다룰 줄 알아야한다. 

여자친구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면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일한 적이 있다.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동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교육원에서 한달 코스로 커피머신을 다루어 본 적이 있다.

 


주방용품들을 배치하면서도 여러 애로사항들이 많았다.
목공이 다 끝나고나서 제빙기가 오게끔 요청을 해두었는데, 제빙기가 오고나니 테이블 아래에 만들어둔 제빙기 자리가 너무 딱맞게 만들어서여유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애써 만들고 스테인까지 칠한 옆 공간을 조금 해체했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이또한 해결책은 있더라.

처음 내린 커피

 
이제 커피는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카페에서도 음료만 파는 곳은 없었다. 디저트가 필요했다.


심지어 무인카페도 요즘은 디저트가 있다. 우리는 디저트 또한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
처음 카페를 계획하면서는 디저트를 납품하는 곳들 중 맛있는 곳들도 많으니 괜찮은 곳을 선정해 사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카페를 열 곳은 작은 동네상권. 이 동네에서 17년간 옆 가게에서 자리를 지켜오신 수선집 사장님과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과 세대수, 연령대를 고려해 기본 커피 값을 이천 원대로 책정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디저트를 납품받게 되면 커피값에 비해 너무 단가가 비싸지거나 가격을 낮추면 남는 것이 없었다.
또한 상권이나 가게 규모를 생각해 매일 소량의 디저트만 구색상 갖춰놓으려했기에 납품을 받으면 재고관리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디저트도 만들어 팔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카페의 모습에 어울리는 디저트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카페의 인테리어는 위 사진처럼 여자친구가 하고 싶어했던 우드&화이트톤의 인테리어였다.
여자친구는 파운드케이크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카페 인테리어는 이런 느낌이었다.

 

 

 


유튜브에서 반응이 좋은 레시피를 참고했다. 빵을 만들기 위한 수동 휘핑기는 쿠팡에서 주문하고,

‘베이킹몬’이라는 베이킹 전문몰에서 파운드를 구울 빵틀과, 버터, 밀가루 등

파운드케이크를 만드는데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했다.

베이킹몬에서 구매한 버터와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에 들어갈 얼그레이 티백



재료가 오자 여자친구는 시간을 들여 레시피를 보며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빵이 오븐에서 나오자 코를 자극하는 빵 굽는 냄새와 생각 외의 결과물에 놀랐다.
빵은 사먹는 것이라고 알았는데 옆에서 빵을 만들고 이렇게 빵이 나오니 신기했다.


그리고 시식을 했다.
깜짝 놀랐다.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지금껏 먹어본 파운드케이크는 파운드가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갓 구워나와 촉촉한 식감의 파운드에서 갈아 넣은 레몬껍질과 레몬즙의 신맛과

버터맛, 단맛이 한번에 느껴졌다.


우리는 먹을 때마다 감탄하면서 이 메뉴는 무조건 메뉴에 넣어 손님들께 내어드려야겠다고 정했다.

디저트를 담을 쇼케이스도 직접 만들어보았다.


결과물이 너무 좋다보니 그렇게 여자친구는 자연스럽게 디저트 담당을 하기로 했다.

소량만 만들 생각으로 파운드틀이 겨우 두개 들어갈 정도의 오븐과,

수동으로 반죽을 쳐야하는 수동 휘핑기를 구매해 사용하다보니 빵을 하나 만드는데에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일이 커졌구나 싶었지만 손에 익으면 개선될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카페를 오픈하는 날이 되었다.




우리는 오픈했을 때 카드결제를 받을 수 없었다. 포스기를 사용하려면 포스기 업체에 카드사와 사업자 연동을 요청해야한다.


이 기간이 3~5일 정도 소요되는데, 자영업자 생초보였던 우리는 요청을 하면 한번에 되는 것인 줄 알았던 것이다.


카페에서 카드를 받을 수 없다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약간의 멘탈이 붕괴가 되었지만

오픈을 한번 미룬 상황이라 한번 더 미룰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가오픈’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메뉴를 50% 할인해드리되,

계좌이체나 현금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생각하면 소위, ‘오픈빨’을 포기한 셈이지만 오픈을 준비하면서

우리 카페에 관심을 가져주신 주민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릴 것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친 걱정이었다.

 

 


손님들이 한분 한분 오시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사정을 설명해드렸다. 손님들은 오히려 너무 저렴하다며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한분 한분 오시던 손님들이 가시자 얼마 후 갑자기 많은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우리는 오후 11시에 오픈시간으로 하고 열었는데 2시간도 안되어 파운드케이크는 동이 나버렸고, 충분할거라 생각했던 제빙기의 얼음들이 모자랄 정도로 음료들도 많이 사가셨다.


앉아서 드시고 가신 손님들이 통화로 오늘 오픈한 카페가 저렴하다며 소문을 내주시는 걸 들었는데, 어떻게보면 동네에서 만큼 여기에 카페가 있다는 것만큼은 많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게를 여는 것이 처음이다보니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최대한 빼고 빼고 또 뺐다.
둘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목표는 ‘적자만 나지 않게’, 아주 욕심을 조금 보태서는 ‘생활비까지 나올 수 있게’로 정했다.

첫 날, 우리가 하루에 판매해야하는 평균 음료 잔수보다 훨씬 많이 팔았다. 비록 50%할인이 들어가 있었지만 처음으로 내 일을 해서 나오는 성취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해 한 ‘일’이 재미있었다는 것이 의미가 컸다.


그렇게 우리가 연 카페는 어떻게 변해갔고 모든 것이 잘 되었을까? 

다음 글에서 써내려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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